공지사항

전시안내 과거가 영원히 현재로 오고 있다 (2023. 11. 17 - 12. 24)

  • 등록일 : 2023-11-15
  • 첨부파일 :

웹포스터.jpg

 

관람 안내

전시 기간│ 2023. 11. 17 – 12. 24

참여 작가│ 곽소진, 권희수, 민혜인, 정여름

주    최│하이트문화재단

후    원│하이트진로주식회사

입장료│ 무료

관람 시간│수 – 일 오후 12시 – 6시(매주 월, 화요일 휴관)

 


하이트컬렉션

(06075)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714


 

하이트컬렉션은 2014년부터 연례적으로 개최해 온 젊은작가전의 일환으로 《과거가 영원히 현재로 오고 있다》를 개최한다. 올해는 광속으로 달려 나가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영상에 대한 감각을 살펴보고자, 영상/ 무빙 이미지에 실험적으로 접근하는 네 명의 작가 곽소진, 권희수, 민혜인, 정여름의 작업을 소개한다. 이들 중 몇몇은 카메라를 비롯한 촬영 장비의 작동 방식과 원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광학기계가 이미지를 포착하는 원리와 인간의 시지각과의 관계를 탐구한다. 또는 영화의 장르적인 특징과 그 외 아방가르드 영화 거장들의 실험을 참조하기도 한다. 또 1970년대 일부 퍼포먼스 비디오 작가들처럼 영상/ 무빙 이미지를 공간상에서 시시각각 움직이는 조각처럼 다루기도 하고 일종의 물리적 실험 대상으로도 취급하면서 마술에 가까운 광학 실험을 선보이기도 한다. 블랙박스 영상이나 CCTV 영상, 유튜브, 밈 등 오늘날 일상에서 손쉽게 접촉하는 자극적인 시청각 경험을 작업의 소재로 삼기도 한다. 특정 장소에 대한 기억과 역사를 다루면서 사진과 아카이브 자료 등에 담긴 기억을 빌려와 이를 묵직한 서사로 엮어내기도 한다. 네 사람의 관심사는 일면 겹치는 듯 보일 수도 있지만, 출품작 면면을 살펴본다면 각자의 관심사와 방법론이 분명하게 구별될 것이다.

 

 

이 전시는 (재)하이트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하이트진로가 후원한다.


 

작가 및 작품 소개

■ 곽소진

곽소진은 미디어 장치와 신체가 맺는 관계에 주목하며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이 관심을 풀어낸다. 작가는 영상의 내러티브보다는 카메라와 대상의 관계, 사물의 위치와 특성에서 비롯된 시선의 위계와 규칙에 관심을 둔다. 최근 개인전 Oh-my-god-this-is-terrible-please-don’t-stop》(문래예술공장, 2022)과《검은 새 검은색》(TINC, 2021), 콜렉티브 KULA!로《도끼와 모조머리들》(인사미술공간, 2020)을 개최했으며, Frieze Film, 서울국제실험영화제, DANSE ELARGIE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지하 1층의 (2022)은 카메라 탭핑 ASMR이라는 장르를 모방한 영상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카메라를 손톱으로 두드리고 할퀴는 동시에 그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의식적으로 보여준다. 카메라 렌즈와 촬영 대상의 물리적인 접촉은 ASMR 사운드가 되어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의 자율 감각을 직접적으로 타격한다. 영상에 다다르는 길목에 설치된 <충돌커튼>(2022)은 재귀반사(retro-reflection)를 소재로 만들어진 설치 작업이다. 재귀반사는 광원에서 나온 빛이 물체의 표면에서 닿은 뒤 광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반사로,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표지판 등에 자주 쓰이며 충돌의 위험을 예고한다. 반면 관객이 직접 그 사이를 통과하도록 설치된 <충돌커튼>은 위험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충돌 자체를 통과해버리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충돌커튼>의 광원인 조명에는 진짜 추 (2020)가 매달려 있고, 벽면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홀로그램 추 (2020)가 부착되어 있다. 전시장 2층의 (2021)과 (2021)은 모두 자동차 안에서 시작된 영상이다. 은 작가의 자동차 대시보드 카메라에 녹화된 장면으로 구성되었는데, 블랙박스 영상이 흔히 연상시키는 충돌과 사고 대신 사람, 사물, 날씨, 시간에서 비롯된 정서를 담고 있다. 작가는 서울에서 서해까지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 태양을 촬영해 을 만들었다. 네거티브로 변환된 덕에 현실에서는 광원이었던 태양은 이 이미지 속 유일한 그림자처럼 보이며, 관객은 현실이 아닌 이미지 속의 시간의 흐름을 감각하게 된다. 또한 작가는 촛불과 유리를 이용해 일종의 상영 장치를 만들고, 이 실험의 결과를 기록해 를 제작했다. 영상에 사용된 Anaglyph 3D은 입체 환영을 위한 장치인 동시에 불꽃으로부터 어긋난 빨강과 파랑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 권희수

권희수는 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영상/무빙 이미지의 기원과 작동 방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시청각 작업과 퍼포먼스를 통해서 우리의 시선이 이미지와 주고 받는 영향 및 상호 관계에 대해 실험해왔다. 특히 눈과 신체의 감각을 통해 지각하는 이미지의 운동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개인전 《몬순》(문래예술공장, 2022), 《코어》(윈드밀, 2021), 《섬광탄》(신촌극장, 2020), 《배경복사반사》(플랫폼엘 컨템포러리, 2020) 등을 개최했고,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네마프, 인디포럼 등을 통해서 <에스레베르>(2023), <내벽>(2022), <셀 스코프>(2020) 등을 발표했다. 이번 전시에는 세 편으로 구성된 <스코프> 시리즈(2020-23)를 선보인다. <스코프> 시리즈는 인간 중심적인 시지각 구도에서 벗어나, 광학장치들이 어떻게 이미지를 발생시키고 분해하거나 통합시켜서 무빙 이미지의 환영을 만드는지 살펴보는 작업이다. 먼저 <셀 스코프(Cell Scope)>(2020)는 DLP프로젝터의 컬러휠이 회전하면서 백색 화면을 만들어내는 원리를 이용하여 카메라에 내장된 셔터 스피드 장치와 홀로그램 필름을 동원하여 백색빛을 RGB(빨강, 초록, 파랑)로 분해하여 입체적으로 투사시키는 실험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루프(LUF)>(2023)는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촬영한 스크린 이미지를 DLP프로젝터로 비추되, 프로젝터에 초당 900회의 빠르기로 회전하는 외장 셔터스피드 조절장치를 부착하여 빛을 분해하여 투사시킨다. 이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기 때문에 촬영과 투사는 순환 구조로 진행되며, 스크린에 투사되는 최종적인 이미지는 마주본 거울에서 무한히 상이 비치는 것과 같은 거울 효과로 인해 마치 이미지가 녹아 내리는 것과 같은 상태로 보이게 된다. <님(NIM)>(2023)은 렌즈가 부분적으로 파손되어 빛을 온전하게 투사하지 못하는 DLP프로젝터를 이용하여 먼 우주나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은 환영을 의도한 영상이다. 작가는 빔프로젝터의 렌즈는 세포처럼 미시적 단위의 광학 입자로 빛을 투사하지만 우주적 단위의 이미지로도 은유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작품에는 셔터스피드 조절장치로 컨트롤하는 사운드가 포함되어 있는데 관람객은 회전하는 기계 장치가 실시간으로 왜곡시켜 하울링 하는 사운드를 귀 가까이에서 감각할 수 있다. 한편, <그 이전의 방 ver. 1>(2017)은 권희수가 광고 지면에 백지 광고 게재를 문의하는 내용의 통화를 담고 있다.

 

■ 민혜인

민혜인은 다양한 촬영 장비와 상영 매체를 이용하여 영상, 조각, 설치를 병행한다. 최근 첫 개인전 《블루 노트》(iir, 2023)를 개최했다. 작가는 빛과 눈에 의해 ‘본다’는 행위가 그 자체로 기만적이라는 전제하에, 광학 장치와 시각적 재현 장치를 검토하고 실험한다. 오늘날 카메라는 인간의 시각적 능력을 갱신하게 해주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 광학 장치들이 포착하는 이미지는 인간에게 위협적이고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신작 (2023)은 작가가 눈이 멀고 방향 감각에 이상이 생긴 반려묘를 지켜보다가 찍은 한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작가에 의하면 장롱에 바짝 붙어 장롱을 향해 앉아 있는 고양이는 막다른 벽에 오히려 안심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에서 민혜인은 드니 디드로의 『맹인에 관한 서한』과 강제 원근법을 두 축으로 하여 고양이 사진을 보며 갖게 된 불안한 감각, 부자연스러움의 정체를 역추적하였다. 작품 중간에 투사되는 파란 빛은 빔 프로젝터를 켰을 때 투사되는 기본 빛을 영상에 담은 것으로 민혜인은 데릭 저먼이 거의 실명했을 때 만든 영화 <블루>를 염두하였다. 한편, 네 편의 무빙 이미지와 스틸이미지로 구성된 시리즈(2020)는 뉴질랜드의 한 섬에서 콘크리트 레플리카 새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살았던 새 Nigel에 관한 일화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등 영상의 기술적 테마에 대한 작가의 사유와 실험을 엮은 시리즈 작업이다.  작가는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사유와 영상 실험을 결합하고자 총 네 편으로 시리즈(<1>, <3>, <4>, <80>)를 제작하였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3>(2020/ 2023)은 퍼펫 연기를 연습하는 퍼포머를 드론 카메라와 1/6000초 셔터 스피드의 DSLR 카메라(스캐너처럼 피사체를 스캐닝 방식으로 촬영)로 촬영한 영상으로, 사람의 몸의 움직임 속도와 카메라 장비들의 기계적 속도가 애니메이션의 변수로 작용하여 시각적인 왜곡을 만든다. (2022)은 어두운 실내에서 유희하듯 조명을 비추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다시 거울에 상영하는 작업이다. 이 작품의 설치를 보듯 민혜인은 작품이 놓이는 공간에 무작위적으로 개입하는 빛의 유희를 기꺼이 맞이하는 태도로 공간을 구성하는데, 이때 거울이나 유리를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하곤 한다.

 

■ 정여름

정여름은 장소와 기억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 매체로 풀어낸다. 한 지점에 등장하는 서사를 집착적으로 관찰하여 작동 원리를 분석하고, 그 본체와 부품을 도려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두 차례의 개인전 《머나먼 안개 속의 세기》(SeMA 벙커, 서울, 2021), 《Happy Time is Good》(합정지구, 서울, 2021)을 개최했다. 전주국제영화제, 네마프, 서울독립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서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2020)과 <긴 복도>(2021), <조용한 선박들>(2023)을 선보였다. <지하은행>(2023)은 종이돈을 태우며 망자를 기리는 베트남 제사 문화를 보여주는 흑백 영상이다. 누군가 지전을 태우는 모습 위로는 100달러짜리 지폐가 오버레이된다. 이 달러는 전쟁으로 사망한 영혼들에게 익숙한 화폐인 동시에, 진짜 달러에 있는 “In God We Trust”라는 문구 대신 베트남어가 적힌 가짜이기도 하다. 작가는 베트남의 지전 태우기에 자주 등장하는 달러에 주목하여, 베트남의 역사성과 트라우마를 회복하는 동시에 과거를 잊지 않으려는 주술적 행위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두 개의 채널로 상영되는 <조용한 선박들>은 증강현실 게임, 선전영화, 뉴스 푸티지, SNS 캡처 등을 활용해왔던 전작들과는 달리, 작가가 한국과 베트남에서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상이다. 전쟁과 죽음으로 얼룩진 베트남의 과거는 ‘DMZ 다크 투어’라는 이름의 관광 상품이 되고, 화자는 남베트남 패잔병 출신 가이드 ‘민’의 (다른 사람으로 재연된) 목소리를 통해 그 잔해를 본다. 카메라는 투어의 여정을 찍는 사람의 개성이나 특별한 의도 없이 그저 축적하고, 그 정지된 이미지는 장소에 깃든 기억과 역사, 죽음, 혹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무언가를 담고 있다. 영상 속 화자가 주목하는 강(steel)은 그 자체는 단단하지만 사실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유연한 재료이며, 강의 상반된 성질은 장소와 기억의 변화하는 관계를 은유한다.

 

 

*전시의 국문 제목은 오영진 교수의 글 「정여름론: 과거가 영원히 현재로 오고 있다」(뉴 래디컬 리뷰 창간호, 2021)에서 인용했습니다.